재개발 사업을 찾아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총 몇 세대인지, 용적률은 얼마인지, 임대주택은 몇 세대인지, 기반시설은 어떻게 정비되는지.
초기 단계에서는 “이곳을 재개발한다”는 큰 그림만 있었다면, 사업이 진행될수록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가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가 바로 사업시행계획인가입니다.
13편에서 살펴본 조합설립인가가 “정비사업을 추진할 법적인 주체가 만들어지는 단계”였다면, 사업시행계획인가는 “그 사업 주체가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행정청의 인가를 받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그래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전후로 재개발 사업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집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는 무엇일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해 시장·군수등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계획서입니다.
단순히 “여기에 아파트를 짓겠습니다.” 정도의 계획이 아닙니다.
정비사업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담아야 합니다.
현행법 제52조에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시행계획인가는 정비사업의 큰 방향을 확인하는 단계라기보다, 실제로 어떤 사업을 시행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정비구역 지정 → “이곳을 정비사업으로 개발한다.”
- 조합설립인가 → “사업을 추진할 조합이 만들어졌다.”
- 사업시행계획인가 → “그 조합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왜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중요한가?
재개발 초기에는 사업의 모습이 상당히 추상적입니다.
정비구역이 지정됐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몇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지,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 사업이 어떤 규모로 진행될지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이 변경되기도 하고, 건축계획이 구체화되기도 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 이르면 이런 내용들이 상당 부분 구체적인 계획으로 정리됩니다.
그래서 투자자나 토지등소유자의 입장에서도 이 단계부터는 단순히 “재개발이 된다.”라는 사실보다 “어떤 재개발이 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생깁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면서 무엇이 구체화될까?
대표적으로 건축계획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몇 세대 지을 것인지, 어떤 규모로 건축할 것인지, 정비기반시설은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등 사업의 구체적인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여러 분야의 검토와 심의가 연결됩니다.
현재 도시정비법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련하여 건축위원회, 경관위원회,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지방도시계획위원회,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등 여러 관련 심의를 통합해 진행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사업시행인가 하나만 놓고 보면 단순한 행정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축·도시계획·교통·교육환경 등 여러 분야의 계획을 구체화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사업은 거의 끝난 것일까?
아닙니다. 이 부분은 꼭 구분해야 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 착공 직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아직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의 정비사업 절차를 보면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도 이주·철거, 착공·일반분양, 준공·입주, 청산·해산 등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조합설립인가
↓
사업시행계획인가
↓
분양신청
↓
관리처분계획인가
↓
이주·철거
↓
착공
↓
준공·입주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지만, “이제 곧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단계부터는 사업의 구체적인 숫자와 사업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숫자
재개발 물건을 실제로 살펴보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는 사업의 윤곽이 구체화되기 때문에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숫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 총 세대수 / 조합원 수
- 일반분양 물량 / 임대주택 물량
- 용적률 / 건폐율 / 최고 층수
- 정비기반시설 / 건축계획
- 사업비 관련 내용
물론 각각의 숫자가 모두 최종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숫자를 하나만 떼어 보는 것보다 이전 계획과 비교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계획에서는 2,500세대였는데 이후 3,000세대로 변경됐다면, “세대수가 늘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늘었는지, 그에 따라 일반분양 물량과 사업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볼 때 ‘사업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결국 이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이 돈이 되는 사업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부터는 이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업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일반분양 물량은 얼마나 나오는지, 공사비와 사업비 부담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비기반시설 등에 필요한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조합원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최근 정비사업에서는 공사비 상승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같은 세대수를 짓더라도 공사비가 크게 상승하면 조합의 사업비 부담이 달라질 수 있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는 단순히 “인가를 받았으니 안전하다.”라고 보는 것보다, “현재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을 때 사업성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전후로 무엇이 달라질까?
초기 정비사업에서는 계획이 아직 상당히 유동적입니다.
사업 규모가 변경될 수도 있고, 건축계획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시행계획을 준비하고 인가받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정리됩니다.
그래서 재개발 물건을 보는 사람에게는 사업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업계획을 분석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가 이루어지면 해당 사업의 공식적인 계획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중개업소의 설명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예상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공식 고시와 사업 관련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정비사업 정보몽땅에서 사업장별 진행 상황과 고시·공고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왔는데 왜 또 분양신청을 할까?
여기서 다음 단계와 연결됩니다.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바로 자신의 새 아파트를 확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조합원에게 어떤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분양을 신청할 것인지 등의 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양신청이라는 중요한 절차가 등장합니다.
또한 이후에는 조합원별 권리와 부담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관리처분계획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이 사업을 이렇게 시행하겠습니다.”라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이라면, 관리처분은 이후 “이 사업에서 조합원들의 종전자산과 새로 공급되는 주택, 그리고 그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앞으로 분담금이나 조합원 분양 이야기를 볼 때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실제 재개발 구역을 볼 때는 이렇게 확인해보자
만약 지금 보고 있는 구역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인가를 받은 구역이라면 단순히 단계만 체크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날짜는 언제인가?
오래전에 인가를 받았는데 이후 사업이 정체되어 있는지, 최근 인가를 받은 곳인지 확인합니다.
현재 계획의 세대수는 얼마인가?
그리고 그중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 물량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봅니다.
최근 사업계획이 변경된 적이 있는가?
변경됐다면 세대수, 용적률, 건축계획, 기반시설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사업비가 크게 변한 것은 없는가?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이 사업성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단계로 실제 움직이고 있는가?
사업시행계획인가라는 이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분양신청이나 관리처분을 향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이 아니라, “인가 이후에도 사업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사업의 ‘윤곽’을 보는 단계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의 가능성을 봅니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사업을 준비할 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는 실제 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 들어오면 비로소 “그래서 이 구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사업시행계획인가는 재개발 사업을 분석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중요한 단계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단계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것.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어떤 계획으로 인가를 받았는지, 그 계획이 사업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로 실제 진행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분양신청
다음 단계에서는 지금까지의 사업계획이 조합원 개개인의 권리와 부담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바로 분양신청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분양신청, 조합원은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라는 주제로, 분양신청이 단순히 “새 아파트를 신청하는 절차”가 아닌 이유와 분양신청 이후 조합원의 권리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0조 사업시행계획인가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2조 사업시행계획서 관련 규정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정비사업 진행절차 및 사업장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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